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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018
  •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은이) | 난다 | 2018년 6월 "<밤이 선생이다> 이후 5년간의 촘촘한 기록"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황현산의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출간 이후 5년이 흘렀다. 길다면 긴 그 5년 동안 우리 사회는 참혹하고 절망적인 어둠의 시간을 통과해왔다. 저자는 가능한 한 여러 매체의 지면을 통해 순탄치 않았던 우리 사회의 면면을 향해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산문집은 지난했던 시간들을 빼곡하게 담아낸 책이다.

    시간상의 구성으로 엮은 산문집은 2013년 3월 9일에서 시작하여 2017년 12월 23일에 끝난다. 세월호 참사, 대통령 탄핵, 여성혐오, 헬조선... 우리 모두가 함께 겪어온, 견뎌온, 두 눈으로 목도한 한국의 정치, 문화, 역사가 황현산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문장으로 오롯이 기록되어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자문하고 고뇌하여 결국 깨우친 바를 담은 이 책을 천천히, 오래도록 그리고 거듭 읽어보기를 권한다.

  •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은이), 서창렬 (옮긴이)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호텔에 종신 연금된 백작의 우아한 생존기"

    1922년, 격동의 소비에트 러시아. 로스토프 백작은 혁명에 동조하는 시를 썼던 공을 인정받아 목숨은 부지하지만, 거처하던 호텔을 벗어나면 총살형에 처한다는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다. 스위트룸에서 하인용 다락방으로 옮겼지만, 그에게 호텔이 꼭 감옥인 것은 아니다. 외교의 주요 무대인 메트로폴 호텔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손님과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 백작은 유명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간부의 개인 교사,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등의 다양한 역할로 새 삶에 적응해 나간다.

    2017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하고 '타임',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외부와는 다른 시간이 흐르는 호텔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고, 기품과 인간적 매력으로 무장한 백작은 호텔을 찾는 손님들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과 암울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백작은 누구보다도 자유롭다. 배우 케네스 브래너 제작 및 주연으로 드라마화가 진행 중이다.

  • 만든 눈물 참은 눈물
    이승우 (지은이), 서재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6월 "소설가의 거울에 비친, 이승우 짧은 소설 "

    영원히 남는 책과 수정을 거듭하는 책, 잘못 번역되어 비로소 제대로 읽히는 책, 읽지 않은 책에서 영향을 받아 소설을 쓸 수 없는 작가. '쓰는 인간'의 문제들을 짧은 소설의 형식으로 묘사하는 순간 소설가의 거울에 소설가가 비친다. 소설이 이 지상의 보직이라고 여기는, 잘 쓰는 것보다 '끝내 쓰는' 것으로 복무를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이승우. 정면을 응시하는 벨라스케스의 자화상 속 눈빛을 연상케 하는 소설가의 자의식이 소설을 흐른다.

    신, 인간, 구원 등의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는 깊이 있는 질문을 한 순간의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쓰는 인간 / 사랑하는 인간 / 사는 (죽는) 인간의 단면. 부조리와 기이함, 아이러니로 이루어진 세계를 그린다. '카프카의 짧은 소설은 긴 질문지와 같고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은 긴 답지와 같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작가 이승우의 이승우식 짧은 소설.

  •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도대체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도대체 작가가 들려주는 '이런 연애'"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펴낸 도대체 작가가 이번에는 연애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다. 전작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쩐지 웃기는 점을 발견해내는' 특기를 살려 작가만의 삶의 긍정 기술을 들려주었다면,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에서는 사랑과 연애에 관해 만화와 에세이로 다채롭게 풀어낸다.

    이번 책은 저자 특유의 재치 넘치고 밝은 느낌은 유지하되 연애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한 것인데, 남의 연애가 아니라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연애의 모습과 감정선을 직접적이고도 생생하게 담아냈다. 설레고 웃고 울고 아파했던 수많은 연애들.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던 사랑의 순간들.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그 누구도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무색하게 또다시 연애를 시작하고야 마는 우리네의 모습이 아닐는지. 도대체 작가가 들려주는 '이런 연애'는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보통의 연애'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7.62018
  •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870~1945
    에밀리 S. 로젠버그 (엮은이), 조행복, 이순호 (옮긴이) | 민음사 | 2018년 6월 "당대의 세계사를 읽고 쓰는 마음이란"

    세계사는 늘 당대사다. 역사의 시작부터 당대까지 다뤄서가 아니라, 당대에 쓰인다는 조건 때문이다. 당대의 이해, 시선, 필요, 욕망, 관계 등에 따라 세계의 크기와 깊이가 달라지고, 시간이 흐르는 속도와 방향도 바뀌니, 오늘 세계사를 쓴다는 것은 앞서 말한 조건들을 층층이 쌓아올려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 만만찮은 과제에 도전한 주인공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 출판부와 독일의 C.H.Beck(체하베크) 출판사다. 기원후 600년 이전 초기 문명부터 1945년 이후 서로 의존하는 세계까지 여섯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가까운 시간부터 먼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가며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하나로 연결되고 서로 의존되는 오늘 세계의 특성이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이루어진 결과임을 전하는 순서라 하겠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통에 무엇을 기록하고 돌아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대 세계에서, 오늘의 시사가 아닌 무려 세계사를 읽는 일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럼에도 인류는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지 않으려 역사를 남기니 재미난 일이다. 이렇게 재미난 일에 인류의 일원인 나만 빠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시리즈의 출발선에서 함께 첫발을 내딛길 기대한다.

  • 마이크로트렌드 X
    마크 펜, 메러디스 파인만 (지은이), 김고명 (옮긴이) | 더퀘스트 | 2018년 6월 "작지만 강력한 변화의 기류들"

    우리가 유행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이미 퍼질 대로 퍼진 거대한 흐름 즉, 메가트렌드인 경우가 많다. 그 대척점에서 제시된 마이크로트렌드는 '대세'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아직 이른 그들만의 리그지만, 그렇다고 마이너 리그로 폄하할 수는 없다. 작은 불씨가 언제 활활 타오를지 모르니 말이다. 거대한 강을 만든 것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지류다.

    이 책은 본류에 합류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며 흐르고 있는 50개의 지류를 탐사한다. '비혼족', '소셜 백만장자' 같은 익숙한 개념부터 '현대판 애니 오클리', '행복한 비관주의자'와 같은 낯선 키워드, '코리안 뷰티'처럼 반가운 트렌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대부분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몇몇은 우리 사회에서도 발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들이다.

    평균과 통계를 바탕으로 제시되는 메가트렌드만을 바라봐서는 상황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세상은 더욱 복잡해졌고 작은 변화의 파급력 또한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본류의 수질에 영향을 준 지류는 대체 어디인가? 표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그 안에 섞인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를 읽어내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
    모리미 토미히코 (지은이), 추지나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모리미 토미히코의 게으르고 유쾌한 교토 판타지"

    교토의 회사원 고와다. 평일엔 묵묵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엔 '이끼 낀 지장보살'을 자처하며 칩거한다. 그가 꿈꾸는 삶은 남쪽 섬에서 망고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의미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반면 교토의 명물 혹은 괴인 ‘폼포코(너구리) 가면’은 거리를 누비며 미아를 구해주거나 행패를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는 등 선행을 하며 바삐 지낸다. 생업은 따로 있는 듯하지만 그의 정체는 가려져 있다. 7월의 교토, '기온 축제'를 하루 앞둔 흥성흥성한 전야제의 날.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맞닥뜨리고, 누구도 원치 않았던 한여름밤의 나태하고 거룩한(?) 대모험이 시작된다.

    모리미 토미히코답게 이번 신작도 역시 교토 이야기다. 이 소설로 '교토 사람들이 가장 읽어주었으면 하는 소설'을 선정하는 제2회 교토책 대상을 수상하기도. "게으름에 능숙한 사람을 동경하여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게으름뱅이가 활약할 수 있는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교토의 여름밤을 활보하고, 헤매고, 만끽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놀랍고도 몽환적이며 게으르지만 정신없이 유쾌한 교토의 밤'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 당신에게 고양이
    이용한 (지은이) | 꿈의지도 | 2018년 7월 "고양이 작가 이용한과 다섯 고양이의 명랑한 동거"

    에세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출간 직후 2011년 11월, 어느 한 카페에서 이용한 작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 당시 작가 앞에서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길고양이들의 밥을 가끔 챙긴다고 고백했던 나는 약 1년 후 사랑스러운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입양했고, 현재 고양이 집사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이용한 작가는 그 후로도 다수의 길고양이 관련 도서를 꾸준히 펴내면서 행복한 '고양이주의자'로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

    이번에 출간된 <당신에게 고양이>는 집고양이 랭보, 랭이, 루, 체, 니코에 관한 기록이다.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다섯 마리. 각 고양이마다 에피소드는 넘쳐나고, 지면은 한정적이니 고르고 골라 넣었을 것이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때로는 집사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고양이들의 다채로운 이야기에 역동적인 모습의 사진을 넉넉하게 더해 흥미롭게 구성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랭이의 슬픈 이야기가 등장해 가슴 먹먹하게 만들지만, 생강나무 아래에서 구조된 새로운 생명에 관한 소식으로 희망의 이야기도 전한다. 작가의 말처럼, 고양이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다. <당신에게 고양이>는 빡빡한 일상으로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7.102018
  • 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도리스 레싱, 여성의 억압된 일상을 그리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초기 단편집. 60년대 유럽,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하고 결혼, 가정, 남성에 의해 객체로 머무는 여성들의 일상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표제작 '19호실로 가다'는 모두 부러워하는 가정을 꾸리던 한 주부가 강요되는 역할들 속에서 점차 무력을 느끼고, 혼자만의 공간을 절실히 찾는 모습을 그린다. 한 여성이 실연으로 미쳐버린 다른 여성에게 자신의 심장을 건네는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한 남자의 정부였다는 것을 깨닫지만 결국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을 다룬 '남자와 남자 사이'를 비롯한 11편의 단편을 모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면서도, 개인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소설 속 인물들의 갈등과 분노, 그리고 그 한계에 마음이 저려온다. 그럼에도 소설은 여성이 지닌 힘을 긍정하며, 여성 간의 연대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생전 레싱이 한 인터뷰에서 전한 말을 옮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자유롭다.”

  •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댄 애리얼리, 제프 크라이슬러 (지은이), 이경식 (옮긴이) | 청림출판 | 2018년 7월 "지출, 그 대단히 어려운 일에 대하여"

    돈은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을 이성적으로 대하기보단 감정적으로 대한다. 응당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맞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또 실제 가치와는 전혀 상관 없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한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천만 원짜리 해외여행을 가면서도 단돈 몇 푼이 아까워 무료 주차장을 찾는다. A 자동차를 사기로 마음 먹으면 가족과의 여행이나 근사한 외식 같은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직 B 자동차를 사지 못하는 것만 아쉬워한다. 책을 읽지 않는 친구에게 커피 값을 아껴 책을 사라고 해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4억짜리 집을 담보대출로 구매하면 실제 5억이 넘는 돈이 들지만 아무도 집값이 5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돈의 상대성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우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저자 댄 애리얼리는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로, 국내에는 <상식 밖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 행동경제학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다루는지를 보여준다. 평소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도 아무렇게나 돈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그 지출습관을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부의 감각을 먼저 키우는 것, 그것은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자 지름길이다. 이제 지출에 앞서 기회비용과 편익, 그리고 즐거움을 반드시 검토하자. 책에 따르면, 부를 위해 이 책을 구입해 읽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김은실, 권김현영, 김신현경, 김주희, 김애라, 민가영, 서정애, 이해응, 정희진 (지은이), 김은실 (엮은이) | 휴머니스트 | 2018년 6월 "더 나은 논쟁은 의무가 아닌 권리!"

    성에 따라 차별을 받는 일이 부당하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면 각자의 입장은 나뉘기 마련이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고 ‘이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하며 바라만 보기에는 당면한 현실이 엄혹하다. 이 순간에도 피해와 상처는 쌓이고 오해와 불신은 커져가니, 확산된 페미니즘 이슈를 변화된 현실 위에서 더 깊고 치열하게 다룰 새로운 논의의 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책은 ‘피해자 여성’을 넘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한국사회 페미니즘 논쟁을 한 걸음 진전시키려는 시도다. 성폭력 폭로 이후 피해자가 겪는 문제, 여성의 입대를 둘러싼 논쟁, 성매매 여성의 소비, 걸 그룹을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 저출산 담론의 접근 방식, 이주 여성의 이름 등 줄곧 문제였으나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거나,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들을 차례로 짚어가며, 지금 페미니즘 논쟁에 필요한 새로운 언어와 사유의 틀을 제안한다. 이 책이 말하듯 '더 나은 논쟁'은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가능한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바랄 따름이다.

  •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은이)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스웨덴살이 22년 차 싱글맘의 삶 이야기"

    이 책은 스웨덴 여행기나 유학일기, 혹은 피카 문화에 관한 책이 아니다. 저자 안송이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스웨덴으로 떠났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그곳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선물이'를 낳았다. 그렇게 스웨덴살이를 해온 지 22년째, 그녀는 직장일을 병행하며 싱글맘으로 홀로서기를 해나가는 중이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는 스웨덴에서 한국인으로, 엄마로 살아가는 녹록지 않은 삶의 이야기, 상처 입고 고단했던 시간들을 견디어낸 과정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다.

    번아웃 상태로 아이를 돌보다 지쳐 쓰러졌을 때 한 번을 쳐다보지 않고 차갑게 돌아섰던,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던, '자기밖에 생각을 못하고 그 자신조차도 잘 돌보지 못하는 사람' 전 남편 거북이, 자폐아 판정을 받았으나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깨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사랑스러운 아이 선물이, 배려와 이해로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준 S와 스웨덴의 친구들, 한국의 가족들. 저자는 이혼과 스웨덴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일,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이 한 권에 쏟아냈다. 단정한 문체로 써 내려간 한 문장 한 문장에는 피할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든 견디고자 했던 노력,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을 찾아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생의 어떤 일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일은 지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그렇게 상처와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가도록 만들었다. 읽는 동안 마음 한구석이 아프면서도 천천히 아껴 읽었던 책을 덮고 생각한다. 그녀가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할 날이 곧 오기를, 그래서 다시 그녀의 글을 만날 수 있기를.

7.132018
  • 어른이 되면
    장혜영 (지은이) | 우드스톡 | 2018년 7월 "발달장애, 시설 밖 세상에서 어른이 되다"

    혜정씨는 열세 살 되던 해에 가족이 흩어지며 시설에 보내졌다. 그렇게 열여덟 해가 흘렀다. 언니 혜영씨는 그 세월 동안 더 가까워지지도 더 멀어지지도 못한 채 발달장애인 혜정씨의 삶을 지켜보고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시설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으나, 혜정씨의 자립을 위한 시도였고, 혜영씨가 혜정씨를 동등한 한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도전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복지정책과의 갈등이기도 했고, 비슷한 고민을 품고 실천하는 이들과의 새로운 만남이기도 했다. 이제 그 이야기가 도착해 당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묻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신의 이야기를 묻는 질문을 바꿔보고자 한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로. '자립'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 속에서 세상에 다시 없는 존재로서 '자기다움'을 위한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각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모두의 여행이 안전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서로를 돌보는 것 아닐까. 우리의 자립이 불안한 까닭은 "내 한 몸도 살기 힘든 세상"이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혜정씨와 혜영씨의 이야기는 이 일이 분명 쉽지 않지만 역시 행복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할수록 더 수월해지고, 심지어 더 즐거워진다"는 걸 보여주고, "우리가 서로에게 진실한 관심을 품는다면 삶은 훨씬 더 많은 신비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귓속말한다." 이렇게 우리는, 비로소 우리는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혜정씨의 어른이 된 모습, 혜영씨의 어른이 된 모습, 나의 어른이 된 모습을 겹쳐보며 나의 이야기도 새롭게 시작해본다, 당신이 꼭 들어줄 거라 믿으며.

  •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은이), 김은모 (옮긴이) | 엘릭시르 | 2018년 7월 "일본 미스터리 대표 랭킹을 휩쓴 데뷔작"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 하무라와 아케치는 '영화 연구부'에서 심령 영상을 찍기 위해 여름 합숙을 간다는 소식을 입수한다. '여름'과 '펜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이끌린 두 사람은 어떻게든 동참하려고 애쓰고 결국 성공한다. 호수 옆 대저택에 도착한 첫날 밤, 일행은 조를 짜서 오래된 신사로 담력 시험에 나선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한 것은 '아무도 준비한 적 없는 이벤트'. 경악한 학생들은 숙소로 후퇴하고 바리케이드를 쌓아 문이란 문은 모두 막아두고서야 안심하고 잠이 든다. 하지만 이튿날, 부원 한 명이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고 마는데...

    데뷔작인 <시인장의 살인>으로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신인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인, 탐정과 조수의 등장 등 본격 미스터리의 클리셰로 가득하면서도, “읽어본 적 없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수상소감처럼 반전 포인트가 기다리고 있다.

  • 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은이) | | 2018년 7월 "<언어의 온도> 이기주 산문집"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언어의 온도>를 통해 일상에서 발견한 언어의 소중함을 100만 독자들에게 전한 이기주 작가가 2년 만에 신작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산문집 역시 작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자분자분하게 들려준다.

    추스르다, 건네주다, 떠나보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이긴 하지만, 어느 곳을 먼저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어머니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어르신의 눈물, 눈길 위를 걸어가는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 우연히 엿듣게 된 노부부의 대화, 어머니의 울음소리, 한 전시회에서 본 수묵화 혹은 읽은 책... 이기주 작가는 삶에서 마주한 것들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법이 없다. 순간순간을 가만히 관찰하고, 내면화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한다. 그렇게 세심하고 차분하게 그러모은 삶의 풍경과 시간에 관한 글을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담은 것이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책을 통해서도 누군가에게 작가의 따스한 언어와 진심이 가닿을 것이다.

  • 복학왕의 사회학
    최종렬 (지은이) | 오월의봄 | 2018년 6월 "지방대생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는 무엇인가"

    수도권 중심의 압축사회 한국에서 지방은 여전히 특산품이나 명승지로 호명되기 일쑤다. 사회적 자본에서의 소외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에서도 수도권의 필요와 호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니, 강준만 교수는 이를 두고 지방이 한국사회의 내부식민지가 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청년 담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과 취업 등 청년 이슈 역시 서울을 벗어나면 깜깜이다.

    이 책의 기초가 된 같은 제목의 논문이 화제를 모은 까닭은, 바로 그 깜깜 무소식의 이야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저자 최종렬 교수는 10여 년 이상 지방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가까이에서 지방대 학생을 관찰했고, 대학에 다니는 지방대 학생과 그들의 졸업 이후 그리고 그들의 부모까지 아울러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했다. 이들이 어떤 언어와 어떤 이해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는지 살펴볼 흔치 않은 기회라 하겠다.

    알지 않으려는 의지, 성찰적 겸연쩍음,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 가족만의 최고의 가치 등 분석의 결과는 언뜻 봐서는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앞서 소개한 이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읽어가면 맥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끝에서 마주한 물음은 두 가지다.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할 한국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정말 식민지가 아니라면 응당 풀어가야 할 과제라 하겠다. 이 책이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7.172018
  • 하루의 취향
    김민철 (지은이) | 북라이프 | 2018년 7월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의 편애 리스트"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두 권의 에세이로 글맛을 널리 알린 김민철 작가. 2015년에 출간된 '기록'에 관한 첫 책을 통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의 글에 금세 매료되었다. 1년 뒤, '여행'이란 주제의 책을 다시 접했고, 역시 그답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세 번째 에세이를 만났다. 정다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이번 신작 <하루의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좋아하는 동네 호프집, 취미, 여행부터 사랑, 사람, 일의 취향까지, 김민철을 이루는 하루하루의 편애 리스트를 낱낱이 밝힌다. 제대로 담근 파김치와 함께 최적의 온도로 육전을 제공하는 동네호프집 이야기에서는 군침이 돌았고,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들려줄 때는 무릎을 탁 쳤으며, 닭발과 소주를 나눠준 동네 슈퍼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코끝이 시큰거렸다.

    자신이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를 아는 것과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보통의 일상과 그 안에서 발견한 단단한 취향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행복에 이르는 가장 쉬운 방법을 배우게 된다.

  • 어머니의 나라
    추 와이홍 (지은이), 이민경 (옮긴이) | 흐름출판 | 2018년 7월 "현존하는 <이갈리아의 딸들>의 세계"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은 성역할 체계가 뒤바뀐 가상의 세계를 그려 현실의 모순를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이 나아갈 방향을 살핀다. 이렇게 설명하면 간단해 보이지만, 성역할을 뒤바꾸는 일은 현실을 거울에 비춰 반사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각자의 역할을 바꾸려면 그 세계를 구성하는 문법과 이를 이해하는 체계를 모두 새롭게 사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부계사회에 익숙한 오늘날 세계가 이를 상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해지)고, 그래서 재미난 상상과 도전이 닥쳐와도 모른 척하고 지나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제는 생각하기 귀찮다고, 바꾸기 어렵다고, 그런 세계는 불가능하다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 현존하는 <이갈리아의 딸들>의 세계, 즉 가모장제 모계사회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로펌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던 추 와이홍은 끝없는 경쟁과 그 끝에 굳건히 자리한 남성중심 문화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중국 윈난성 외딴 곳, 여신을 모시는 부족이라는 호기심에 끌려 찾아간 땅에서, 오랫동안 가모장제 모계사회로 살아온 모쒀족을 만났고, 이 이야기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

    간단하게는(?) 결혼, 이혼, 불륜 같은 개념이 없다는 데에서 출발하지만, 가장이 바뀌고 역할이 달라지니, 단순히 지금의 권력이 뒤바뀌는 상황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공동체의 모습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그토록 찾아 헤멘 '오래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생기는데, 그런 한편 현대 문명이 그곳에 들어가면서 가부장제 부계사회로 변화하려는 마음도 생겨나는 걸 보면,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며, 그곳이 아니라 결국 이곳에서 바꿔가야 할 문제라는 게 분명해진다. 새로운 상상력이 현실에 맞닿아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길, 이 책이 그 단초가 되길 강력하게 바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굿 나이트 스토리즈 포 레벨 걸스
    엘레나 파빌리, 프란체스카 카발로 (지은이), 전지숙 (옮긴이) | 주니어김영사 | 2018년 7월 "세상을 바꾼 100인의 여성 이야기"

    크라우드 펀딩 역사상 가장 많은 기금을 모은 책. 여성을 억압하는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빛나는 별이 된, 100인의 여성 영웅을 소개한다. 엘리자베스 1세부터 세레나 윌리엄스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시대를 살다 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면 저항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거침 없이 실천에 옮겼다. 여성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지던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

    아니라고 말했고, 싫다고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개척자 100인의 이야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소녀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줄 것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특별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 순간의 힘
    칩 히스, 댄 히스 (지은이), 박슬라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늘 특별한 순간을 찾아 두리번거려라"

    우리는 스무 살, 1월 1일, 사귄지 100일 혹은 결혼 10주년 같은 전환점을 더욱 특별히 여기고 축하한다. 스물한 살, 1월 2일, 사귄지 101일, 결혼 11주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는 우리가 특별한 순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승진 같은 특별한 순간을 매일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오늘 아침 첫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면, 지난 달보다 카드값이 덜 나왔다면, 한 달 째 금주에 성공했다면 오늘은 그 일들을 특별히 축하해 보면 어떨까. 오랜만에 독서가 하고 싶어 알라딘에 왔다면 그 역시 자축해 보면 어떨까. 이렇듯 평범한 일상은 우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특별한 순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스틱!>으로 유명한 히스 형제의 새로운 관심사는 그 특별하고 결정적인 순간이 가진 힘이다. 이 책은 결정적 순간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평범한 일상을 결정적 순간으로 만드는 경험 설계의 기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히스 형제의 조언은 비즈니스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기억에 남을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고객의 불평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에 더욱 집중해왔는데, 책에 소개된 도구들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는 마케팅을 시도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 순간들은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저자들의 말마따나, '그것을 창조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7.202018
  • 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고향옥 (옮긴이) | 온다 | 2018년 7월 "요시타케 신스케의 기발한 상상 서점"

    2014년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통해 요시타케 신스케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빨간 사과 하나로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 위트 넘치는 글과 그림이 가득 담긴 그림책이다. 이 단 한 권의 책으로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에 매료된 후,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열혈 독자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바로 집어들 법한 이번 신작은 한 마을의 귀퉁이에 있는 '있으려나 서점'에 관한 이야기다. 특이한 이름의 서점에서는 조금 이상한 책들을 판매한다. 둘이서 읽는 책,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과 같은 '조금 희귀한 책', 책축제, 서점결혼식 등의 '책 이벤트에 관한 책', 책이 내리는 마을, 수중 도서관을 소개한 '책과 관련된 명소에 관한 책', 베스트셀러가 되길 바랐던 책, 서점이란 어떤 곳? 등의 '도서관이나 서점에 관한 책'. 심지어 독서 보조 로봇, 표지 리커버 기계와 같은 '책과 관련된 도구'도 판매한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와 견줄 만한 놀랍고 즐거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한 장 한 장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해서 '아니, 이런 책도 있어? 이런 도구가 있다면 정말 좋겠군!' 감탄하면서 읽게 된다. 각 에피소드마다 곁들여진 귀여운 그림 하나하나, 작게 삽입된 대사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독서에 임하게 된다.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즐거운 책이다.

  • 올챙이 발가락 창간호 : 2018 여름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은이) | 양철북 | 2018년 7월 "계절과 함께 찾아오는 어린이 시 잡지"

    어린이가 직접 쓴 시를 엮어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에 네 번 펴내는 계간지,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노래를 돌려주자는 마음으로 만든' 동시 잡지 「올챙이 발가락」이 힘차게 첫 발을 내딛는다. '올챙이 발가락'이란 이름에는 ‘작은 것도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고, 낮은 곳에 마음이 가닿아야 시가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창간호에는 아이들이 건네는 30편의 아름다운 시와 맛깔스러운 해설을 함께 실었다. 그림과 사진, 시가 있는 교실의 풍경도 만나볼 수 있다.

    어린이 시인들에게는 개구리 한 마리, 엄마의 낡은 속옷과 선생님의 말 한마디도 시를 짓는 좋은 재료가 된다. 꾸밈없는 생각, 솔직한 감정들이 보물상자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그 건강한 기운은 보는 사람마저 금세 물들여버릴 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작은 천사들의 세계를 몰래 엿보고 온 듯 마음이 설렌다. 아이들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래 친구들의 시를 읽고 따라 써보는 시간들을 통해 넉넉한 마음과 어울림의 행복을 알게 될 것이다.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은이) | 시공사 | 2018년 6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신작"

    노부부가 살던 낡은 기와집을 작은 서점 굿나잇책방으로 바꾸어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은섭. '이웃집 그녀' 해원이 겨울 동안 마을에 머물며 그의 책방에서 매니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같은 중고교를 나왔지만 은섭을 잘 모르는 해원. 그러나 은섭의 인생 어떤 페이지엔 해원의 기억이 항상 존재한다. 책방을 오가는 이웃들과 유대감을 나누며 겨울을 보내던 이들에게 관계를 바꿔야 할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라는 문장으로 기억되는 소설 <사서함 110호 우편물> 이도우의 신작 소설. 전작의 '오래된 노래, 천천히 걷는 길, FM 라디오'의 감성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인생 첫 단골 서점, 미로 같던 여름날, 야행성인 사람들의 SNS 글' 등의 조각들에 여전히 마음이 쓰일 듯하다. 사려 깊은 문체로 묘사하는, 서로에게 많이 미안한 이들이 용기 내어 전하는 처음 같은 인사.

  • 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트린 주안 투안 (지은이), 이재형 (옮긴이), 이영웅 (감수) | 파우제 | 2018년 7월 "오늘밤에도 별은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나는 별이 총총한 밤을 꼭 그리고 싶어. 강렬한 보라색과 푸른색, 초록색으로 물든 낮의 색깔보다 밤의 색깔이 훨씬 더 풍부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니까.” 고흐보다 앞서 밤하늘을 올려다본 이들은 시나 노래로 저마다 느낌을 나누거나 남겼을 테고, 밤하늘은 여전히 여러 가지 색깔의 별들로 눈부신데, 오늘 우리는 어쩌다 밤하늘을 까맣게 잊어버린 걸까.

    트린 주안 투안은 우주에서 가장 어린 은하를 발견한 천문학자다. 그는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올라 낮이 밤으로 변하고, 밤이 깊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여지없이 흐르는 시간에 따라 다시 빛에게 자리를 내주는 하룻밤을 보내며, 인류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남긴 말과 글과 노래와 그림에 과학을 더해, 달과 별부터 사랑과 신비로움까지 '어두워서 빛나는 모든 것들'을 비춰본다. 밤과 삶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에 우리도 이미 함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갑고, 덕분에 잊었던 밤하늘을 다시 바라보게 되어 즐겁다. 오늘밤에도 별은 우리를 찾아올 테니, 잠깐이라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길.

7.242018
  • 머나먼 섬들의 지도
    유디트 샬란스키 (지은이), 권상희 (옮긴이) | 눌와 | 2018년 7월 "외딴섬 이야기가 쓸쓸하지 않은 이유"

    이 책에는 어지간한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극소수의 사람만 가보았을, 앞으로도 그곳에 다다를 사람은 거의 없을, 세상 끝에 존재할 것만 같은 50개의 섬이 등장한다. 구체적인 섬의 지도까지 세세하게 나오지만, 어쩐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섬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해보면 섬이란 곳이 본래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늘 그곳에 있던 섬을 굳이 ‘외딴섬’으로 만들고는, 굳이 낭만과 모험과 고립을 덧씌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섬은 그렇게 외딴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동독이 그러했듯, 지금 남한 사람들이 바로 섬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찾으려 해도 쉽게 찾을 수 없고, 닿으려 하는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을 50개의 머나먼 섬을 하나씩 살피며, 그곳에 남은, 그곳에 닿으려 했던 이야기를 그러모아 섬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준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육지에서 섬으로 향하던 바람이, 해안에서 섬으로 향하던 물결이, 어느새 방향을 바꿔 전에 없던 풍경을 전한다. "간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50개의 섬들"을 살펴보는 까닭이다.

  • 세모
    맥 바넷 (글), 존 클라센 (그림), 서남희 (옮긴이) | 시공주니어 | 2018년 7월 "존 클라센 X 맥 바넷, 모양 친구들 3부작"

    세모 모양의 문이 달린 세모 집에 사는 세모 모양의 '세모'가 집을 나선다. 세모는 지금 친구인 네모에게 몰래 장난을 치고 싶다. 총총걸음으로 도착한 네모 집. 네모 모양의 '네모'는 네모 문이 달린 네모 모양의 집에 산다. 문밖에서 세모가 “슷슷” 뱀 소리를 내고, 뱀을 무서워하는 네모는 기겁하는데...

    칼데콧 수상작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의 모자 3부작으로 추리소설 못지않은 긴장감을 그림책으로 표현해냈던 존 클라센의 새로운 시리즈.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 3부작 첫 번째 책 <세모>는 세모의 장난과 네모의 애처로운 복수(?)를 다루었다. 존 클라센 특유의 세련되고 강렬한 캐릭터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여전하다. 얄미운 장난꾸러기 세모와 순진하고 어리숙한 네모, 팔다리와 눈만 달린 단순한 모습과 눈의 움직임만으로도 캐럭터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각자 다른 모양(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 고유한 모양으로 인해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있어, 한 편의 우화를 읽은 듯 유쾌한 웃음 뒤에 긴 여운이 남는다.

  •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최초의 '고공 농성' 여성 노동자, 강주룡"

    강주룡은 "오래 주렸다"는 문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병'이라는 장에서, 우리는 1901년 태어나 1932년 생을 마감한 이 여성의 삶이 경각에 달했음을 이미 알아채게 된다. 최초로 '고공 농성'을 한 여성 노동자 강주룡. 그는 왜 을밀대 지붕에 오르게 됐을까.

    어린 남편과 함께 독립군 부대에 들어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고, 남편을 잃게 되는 인생의 전반부. 도망치듯 간 평양에서 '모단 껄'을 꿈꾸며 노동자로서 조합에 참여하고 을밀대 지붕에 오른 인생의 후반부. "극장 구경도 하고. 저 커피에도 맛을 들이고. 양장도 맞춰보고. 빼딱구두에 실크 스타킹이니 하는 것도 신어보고. 고무 냄새 나는 보리밥 먹어가며 내가 번 돈, 날 위해 쓰지 않으면 어디에 쓴담."이라고 다짐하던 강주룡의 삶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을 되새기게 한다. 독립운동을 할 때도, 노동 운동을 할 때도 강주룡은 '목숨을 내걸고 외치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내는 빛, 그 뜨거움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다. 아직 저기 사람이 있다고. 박민규, 심윤경, 장강명 등의 작가를 독자에게 소개해 온 한겨레문학상이 소개하는 젊은 작가 박서련이 첫 장편소설로 2018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 마티 팬츠의 사건 일지 1 : 보지 마시오!
    마크 패리시 (지은이), 한아름 (옮긴이) | 미래엔아이세움 | 2018년 6월 "의욕 과잉, 상상력 과잉 사고뭉치 영웅"

    "첫 페이지부터 웃음이 빵 터져 나올 것이다." <윔피 키드> 저자 제프 키니가 극찬한 동화. 남들 눈에는 산만하고 말썽만 일으키는 문제아지만 스스로를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낼 유일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소년, '마티 팬츠'의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그린다. 의지 강함, 호기심 많음, 표현력은 예술가 뺨 치게 풍부함, 잔머리 아주 잘 씀! 하는 짓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데 이상하게 응원하게 되는 마성의 캐릭터, 마티 팬츠가 외계인의 지구 전멸 작전과 맞서 싸우는 시끌벅적한 이야기다. 주인공의 까칠하고 엉뚱한 매력이 만화와 동화를 오가는 자유분방한 형식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외계인이 널 지켜보고 있다'고 적힌 쪽지 하나 때문에 이 모든 소동이 시작되었다. 마티 팬츠의 자신만만한 추리에 따르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외계인은 마티 팬츠의 담임 선생님으로 위장한 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결말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짐착조차 할 수 없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통쾌한 수다와, 착각과 우연이 커다란 보상으로 이어지는 뜻밖의 행운은 기분 좋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평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독자라면 마티 팬츠보다 훨씬 빨리 이 책의 오싹한 반전을 알아챌 수 있을지도 모른다.

7.272018
  •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지은이)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김연수 작가에게 여행이란,"

    소설가 김연수의 신작이라니, 더욱이 이 무더운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 이야기라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는 없다. 작가가 오랜만에 펴낸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는 4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한 매거진에 연재해온 원고에 새로운 글을 더해 엮은 책이다. 흔한 여행 정보나 여행기가 아니다.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풍경과 사람과 시간에서 건져 올린 작가만의 58편의 이야기가 다채로이 펼쳐진다.

    여수, 중국, 몽골, 일본, 포르투갈, 부산 등 여러 국내외 지역을 넘나들며 작가가 경험한 여행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 여행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데미안>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같은 다수의 작품과 영화, 노래, 음반, 그리고 시원한 맥주가 함께한다. 작가에게 여행이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언젠가,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리라는 것. 작가의 여행 이야기에서 삶의 다양한 감정들, 여행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김종술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강은 살아있고,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전 국토에 걸쳐 이루어진 사업이었고, 시행 전부터 진행 과정까지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상 한두 가지는 누구나 갖고 있을 터, 청보리밭처럼 푸르게 물든 녹조라떼 강물, 처음에는 이름을 부르기도 어려웠으나 어느새 익숙해진 이름 큰빗이끼벌레 같은 장면이 대번에 떠오른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구체적인 과정과 오늘의 상황 그리고 이후 벌어질 일은 얼마나 알려졌을까.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이 워낙 거대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행히 2009년 사업 초기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거의 매일 금강 주변을 탐색하고 기록한 이가 있으니, 바로 '금강요정'이라 불리는 시민기자 김종술이다. 그는 생명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 금강을 너무 사랑했기에 금강이 망가지는 모습을 그대로 둘 수 없었고, 때로는 몸으로 때로는 글로 4대강 사업을 막고 알리고 바로잡으려 애썼다. 이 책은 강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이를 그저 바라보며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바쁜 사람들, 그럼에도 다시 희망을 전하는 강의 생명을 차례로 전하며, 엎지른 물의 일부라도 다시 담으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인간과 강이 함께 살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전한다.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낀 기록이고, 그 기록에 바탕한 자명한 방향이기에, 진실에 비친 현실이 더욱 참담하고, 절망을 딛는 희망이 훨씬 생기 넘친다. 강은 지옥을 견디며 여전히 살아있고, 그렇기에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 백종원의 혼밥 메뉴
    백종원 (지은이) | 서울문화사 | 2018년 8월 "혼밥에도 가족밥상에도 좋은 레시피"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로 간편하면서도 맛내기 쉬운 레시피를 선보였던 백종원의 새로운 요리책, 이번에는 혼밥이다! 혼밥족의 니즈에 맞춘 간단하면서도 실속 있는 한 그릇 요리로 특별한 재료 없이도 만족감 100%, 현실성 200%의 메뉴들을 선보인다. 가정 필수품 라면으로 만들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메뉴들과 가끔씩 당기는 빵 요리도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이 책은 '혼밥러'들만을 위한 요리책이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이 지겨운 사람, 무더운 여름에 밥해 먹긴 귀찮고 나가서 사 먹기엔 돈이 아까운 사람, 가벼운 안주와 맥주 한 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잊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치트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요리책이라고 할 수 있다.

  •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은이), 최윤영 (옮긴이)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고독한 미식가> 구스미 마사유키의 미식 에세이"

    <고독한 미식가> <낮의 목욕탕과 술> 등 여러 작품에서 먹고 마시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하고 즐거운 일인지에 관해 알려준 구스미 마사유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본 독자라면, 그가 '우마이!(うまい, 맛있다)' 외치는 순간, 당장이라도 먹어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스스로 '타고난 탐식가'라고 밝히는 저자는 이번 책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하는 자세뿐 아니라, 오랜 미식 경험을 통해 얻어낸 각종 일상의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법을 독자들에게 대놓고 공개한다.

    책에는 고기구이, 라면, 돈가스, 나폴리탄, 단팥빵, 카레라이스 등 26가지 일상의 음식이 등장한다. 저자는 일상의 음식이라고 허투루 먹지 않고,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먹는다. 맥주와 만두를 주문하고서 만두를 반 정도 먹었을 때 라면을 주문하고, 면발이 살아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 조리대와 가까운 카운터 자리에 앉는다. 돈가스 한 조각은 반드시 두 입에 끝내고, 양배추와 밥이 들어갈 최적의 타이밍을 포착해 입속에서 돈가스, 양배추, 밥, 소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단팥빵은 반드시 흰 우유와 함께 먹는다. 주문하는 순서부터 자리 선정, 음식을 기다리는 설렘과 맛보는 즐거움까지, 저자의 식탐을 숨김없이 글 위주로 풀어낸 책 곳곳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가 있고, 장마다 네 컷 만화가 수록되어 있다. 음식 하나하나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맛깔스럽게 그려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7.312018
  • 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은이) | 해냄 | 2018년 7월 "<도가니> 공지영, 다시 무진으로"

    "그 가을의 모든 새벽마다 안개는 무진(霧津)의 바다로부터 육지로 상륙했다." <도가니> 공지영이 다시 무진을 본다. 안개로 해조차 빛을 드러내지 못하는 곳. 진보적 성향의 뉴스 매체에서 기사를 쓰는 '이나'는 엄마의 투병 때문에 고향인 무진으로 돌아와 잊고 있던 폭력의 기억과 촘촘한 악의 거미줄을 마주하게 된다. 정의로운 메시지를 전하는 신부 백진우와 불행한 장애인을 돌보는 가련하고 순진한 얼굴의 여자 이해리. 성추문과 학대가 그들의 진짜 얼굴이라면. 마땅히 선해야 할, 선한 자리에 있는 이들의 악을 마주하고 말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무슨 일인지 너무 깊이 알고 싶어 하지 말아'라고 머리가 말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너는 이 일을 피해가서는 안 된다'하고 영혼이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백진우 사건의 피해자의 어머니 '최별라'를 마주한 순간 이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갈등. 소설의 한 문장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악의 카르텔을 감싸고 선 무진의 안개를 상상하면 우리의 미약함이 그 견고함을 깨트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어떤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꿔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소설 <도가니>가 그랬듯. 공지영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펴낸 장편소설. '야만의 현장'을 본 작가의 눈이 뜨거운 질문을 던진다.

  • 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김영사 | 2018년 7월 "세포에서 기업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보편 법칙"

    오늘날 세계의 속도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인간이 만든 문명은 인간조차 감각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 이제는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게 아닐까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과연 이 세계는 그리고 인간은, 개는, 고양이는, 미국은, 애플은, 삼성은, 서울은 도대체 어디까지 커지고 언제 어떻게 줄어들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복잡계 과학의 선구자 제프리 웨스트는 ‘스케일’이라는 틀로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보편 법칙을 선보인다. 세포 단위부터 개별 생명체까지, 이들이 모인 작은 단위의 조직부터 기업, 도시, 국가까지, 크기를 갖는 모든 것(고로 모든 것)에는 체계적인 규모 변화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이는 (기존의 상식과는 달리) 자연과 문명을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밝혀지는 성장과 진화의 속도와 방향과 법칙은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과연 지구는 그리고 인류는 언제까지,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당면 과제 말이다. 저자가 예측하듯 삶의 속도와 도시화가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면 할수록 지속가능성은 낮아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면서도, 저자가 전하는 원리와 패턴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어쨌든 이제 모든 것이 '스케일' 위에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 인생 우화
    류시화 (지은이),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산다면"

    두 천사가 인간 세상으로 향한다.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마을과 도시들에 고루 떨어뜨리는 임무를 맡은 첫 번째 천사와 어리석은 영혼을 전부 자루에 담아 데려오는 임무를 맡은 두 번째 천사. 지혜로운 영혼은 많지 않아 첫 번째 천사는 수월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어느 곳을 가든 셀 수 없는 어리석은 영혼을 마주치는 두 번째 천사의 임무 수행은 녹록지않다. 영혼을 모은 거대한 자루를 매달고 산을 넘던 천사의 자루 밑이 찢어지고, 어리석은 영혼들이 일시에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렇게 폴란드의 작은 마을 헤움에 세상의 바보들이 모여 살게 되는데.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믿는 바보들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발하고 엉뚱한 일들.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으나 길을 잃고 원래의 마을로 돌아와서는 그곳을 꼭 닮은 다른 도시라고 믿는 구두 수선공, 실수로 창문을 만들지 않은 캄캄한 교회당을 밝히기 위해 손바닥으로 햇빛을 나르는 신도들. 세상의 바보들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은유가 오래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나는 때때로 이런 우화를 쓰고 싶었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의 엉뚱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라고 말하며, 시인 류시화가 우화집을 선보인다.

  •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파커 J. 파머 (지은이), 김찬호, 정하린 (옮긴이) | 글항아리 | 2018년 7월 "나이듦에 협력하는 지혜"

    가장자리에 선 모습을 상상해보자.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뭐라도 잡으려 손을 뻗는 모습인가, 아니면 아직 그곳에 서 있다는 데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는 모습인가. 한 번 더 상상해보자. 지금 서 있는 그곳이 삶의 가장자리, 즉 내 모든 것의 가장자리라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 서 있고 싶은가. 지나온 길을 아쉬워하며 다가올 길을 애써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다가올 길을 내다보며 두 길을 하나로 엮어 새로운 풍경을 마주할 것인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으로 알려진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는, 여든에 이르러 매일 가장자리에 다가가면서도 스스로 "나이듦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이 좋아함은 감각이 아닌 성찰의 결과일 터,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과 의미를 추구하는 소명의 차이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태도, 자신이 속하고 공유하는 세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필요한 말과 행동을 취하는 것, 침묵과 고독에 익숙해지며 삶에서 죽음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방법 등, 일생을 거쳐 다다른 놀라운 풍경을 가볍고 시원하게, 맑고 깊은 글에 담아 전한다.

    자신이 가장자리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면 꼭, 자신이 가장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만나봐야 할 책이다. 나이듦을 관망하거나 무시하거나 책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지혜를 만나보길 권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