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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성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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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부르지 못한 슬픈 노래>

바람이 새긴 흔적

독자들에게 날마다 시를 생각하고 시를 쓰며 사는 일은 즐겁다. 그런데 그 즐거움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그 부분이 괴롭다. 이런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作詩라면 글자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시를 쓰는 일은 왜 자꾸만 지속되는 것일까? 나는 솔직히 시를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에 대하여서는 무식하리만큼 모른다. 그래도 습관처럼 생각의 깊은 저변에서 건져 올린 언어들을 나열하여 문장을 만들어 갈때 바로 이것이 시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기뻐한다. 일생을 그렇게 살면서 시를 썼는데도 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대답할 말이 없다. 시는 어렵다. 60년 넘게 시를 썼는데도 그 쓰는 방법을 아직 명쾌하게 말하지 못한다면 내 머리와 가슴을 짓누르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날마다 시를 생각한다. 시와 삶은 함께 살아가는, 떨어져서는 살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한 편의 시 속에 삶의 지혜가 담기고 그런 시가 음악처럼 잔잔히 흘러 넘치는 곳에서 살 수만 있다면 그곳이 천당인데, 천당은 내 머리와 가슴에 흔적만 보일 뿐 내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달아난다. 아, 참 좋은 시를 쓰며 사는 일은 희망일 뿐, 실체를 잡고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일인가? 안타깝다. 2016년 11월 1일

부르지 못한 슬픈 노래

시를 쓰는 일이 밥을 먹듯 지속적으로 되지 않는다. 더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비교적 최근에 쓴 것들을 이기태 시인이 정성껏 번역해서 한국문학신문에 소개한 것들 중에서 골라 엮었는데 내 시가 어떤 것은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마음에 안 들었어도 이 시인의 번역에 들인 노고가 아까워 그냥 편집했다. 내가 쓴 시가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많이 번역되어 나갔으나 아직도 영문으로 번역된 시를 못 본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하면 일생을 통해 시를 쓴 게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더 좋은 시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2018년 11월

삶의 무게

독자들에게 시를 써온지 60년이 넘는다. 지금까지 스물 다섯권의 시집을 내고도 아직 시에 대하여 말하라고하면 대답할 말이 별로 없다. 그만큼 시는 어렵다. 살아오면서 마음에 무게가 실리고 事物사물에 대하여 지나칠 수 없으면 그것들을 시로 바꾸는 일을 계속해 왔지만 그 결과가 내 마음에조차 들지 않으니 불만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써온 시들을 全集전집으로 묶어 내놓은 지 얼마 안되는 시일이 지났지만 <꽃과 사람>, 그리고 이번의 <삶의 무게>를 연달아 출간하는것은 아직까지도 세상을 보는 눈이 시에서 맴돌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죽을 때까지 시를 생각하고 시를 쓰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써내놓는 시가 시의 본모습을 닮았는지도 의문이 든다. 너절한 삶과 그 무게에서 과감하게 逸脫일탈해서 仙氣선기가 넘치는 한편의 시로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구질구질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땟자국이 주르르 흐르는것을 볼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은 너절하게, 조금은 땟국이 흐르는 모습도 나의 삶의 眞面目진면목이었기 때문에 버리기 아까웠다.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훌훌 벗는 날을 내다보며 그런대로 맑고 깨끗한 인생을 살아가려는 다짐이기도 한 이번 시집은 나에게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꾸준하게 지켜온 詩業시업 60여 년, 소중하게 남겨질 씨앗을 모아 보관하는 마음으로 여든 여덟편의 시편을 이 시집에 담았다. 아무쪼록 좋게 보아주시기를 바란다. 2015년 2월

인상주의자의 옷

모두 어렵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기술에 비유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삶이 곧 기술이란 말이다. 그럴까. 살아가는 일이 기술이라면 인간의 본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약삭빠르고 꾀와 눈치, 그리고 민첩한 행동만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이런 것만 가지고는 잘 산다고 볼 수 없기에 사람의 본디 모습인 순수함과 의젓함, 느린 듯하면서도 숙련된 결단에 의해서 우뚝선 모습을 보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고 세상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지혜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쓸개를 씹듯 오래도록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신중한 생각과 모습, 헤프지 않은 말씨, 견고한 의지에서 우러난 마음의 진액이 인간이 살아가는 지혜를 만들어 준다. 이것들이 지혜있는 사람들이 발언하는 감동적인 말로 나타난 게 시란 생각이다. 그래서 시가 아름답다. 시는 눈으로 본 것들을 마음에 담아 두고 오래 생각한 뒤 지혜와 버무려 감동적인 언어로 탄생된다. 살아가면서 접촉한 사물의 기억 또는 마음에 새겨진 자취나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이것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정신적 효과를 살펴 감동적인 언어로 바꿔 놓는 일을 시인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어렵다. 모두 어려운 일이지만 살아가면서 감각기관을 통하여 전달되는 사물의 이치를 깊이 새기고 생각해보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이 일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확실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기 때문에 항상 고달프다. 그래도 나는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나의 작업이 이루어질 때마다 박수를 주는 독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들 때문에 어려운 줄 알면서도 오늘도 이 작업에 매달린다.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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